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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교수의 맛있는 CS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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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피렌체의 티본 스테이크: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 작성자 문정훈 작성일 2017.06.11
음식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태리에 가면 꼭 들러야할 도시가 피렌체입니다. 왜냐하면 피렌체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두모오와 함께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 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피렌체식 티본 스테이크: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

피렌체에선 전통적으로 끼아니나(Chianina)라고하는 이 지역의 흰색 소로 스테이크를 만드는데 그 맛이 일품입니다. 혹자는 이 스테이크가 입에 넣자 말자 녹는다며, '소고기 크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끼아니나 품종은 소 중에서 덩치가 굉장히 큽니다. 다 크면 키가 무려 170센티나 된다고 하니 어마어마하죠. 피렌체 인근에서 이 끼아니나 종을 기르게 된 건, 십자군 전쟁 시절로 되돌아 갑니다. 유럽 각지에서 십자군이 북아프리카, 아랍으로 진격해 갈때 중간 집결지가 바로 피렌체였다고 합니다. 당시의 전투 장비는 주로 가죽으로 많이 만들어 졌기 때문에, 피렌체에서는 가죽이 많이 나오는 큰 소인 끼아니나 종을 길렀지요. 그래서 피렌체는 지금도 가죽 세공으로 유명하고, 또 끼아니나 품종 소고기로 만든 스테이크가 매우 유명합니다. 이태리를 대표하는 '메디치'가문이 십자군 전쟁시절 가죽세공을 큰 돈을 벌어들였다고 합니다. 
<방목 사육되는 피렌체의 흰 소, 끼아니나(Chianina): 피렌체식 전통 티본 스테이크의 식재료로 사용된다>

요즘은 피렌체에서 먹는 스테이크 중에 끼아니나 품종이 아닌 소로 티본 스테이크를 만드는 곳도 많습니다. 끼아니나만 무조건 맛있고, 다른 품종은 맛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만, 이왕 피렌체에서 피렌체 전통의 스테이크를 먹을 것이라면 피렌체의 흰 수 끼아니나로 조리한 스테이크를 먹는 편이 좋겠지요. 끼아니나 소는 EU가 '지리적표시제'로 보호하는 피렌체 지역 전통의 품종입니다. 끼아니나만 쓰는 식당들 중에서는 아래의 이 지리적표시 인증 마크와 끼아니나 축산 협동조합의 마크를 식당에 붙혀 놓는 곳들이 많으니, 이 인증 마크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겁니다.

<피렌체의 끼아니나 소는 EU의 지리적표시제 인증을 받았다. 이 마크는 해당 식당에서 스테이크의 식재료로 끼아니나를 쓰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피렌체의 이 스테이크 요리의 이태리어 명칭인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에서 '비스테까(Bistecca)'는 영어 단어 비프 스테이크(Beef Steak)에서 왔습니다. 피렌체를 방문한 영국국인들이 피렌체 사람들이 구워 먹고 있는 쇠고기를 보며 너무 반가운 마음에 '비프 스테이크! 비프 스테이크!'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하필 이 때 피렌체 사람들이 먹고 있던 끼아니나 소의 부위가 티본 쪽 부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음식의 이름이 비슷한 발음의 '비스테까'가 되고, 이 비스테까는 전통적으로 티본 형태의 스테이크를 의미하게 됩니다. 물론 제가 먹어본 티본 스테이크 중에서 단연 최고입니다. 원래 티본 스테이크는 소의 여러 부위 중에서도 맛있는 부위입니다. T자형 뼈를 중심으로 한쪽엔 등심이 붙어 있고, 다른 한쪽엔 안심이 붙어 있지요. 한 번에 두가지 부위를 즐길 수 있는 부위입니다. 그런데 피렌체 식당에서 의사 소통이 제대로 안되면 T본 스테이크가 아닌 L본 스테이크가 나오기도 합니다. 가격이 좀 더 싸긴 하지만 부위가 좀 달라서 약간의 맛의 차이가 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전통적로 스테이크에 소스를 끼얹지 않습니다. 스테이크에 소스를 끼얹는 문화를 가진 민족은 앵글로-색슨 쪽입니다. 영국과 미국 쪽에서 스테이크에 소스를 끼얹어 먹는 경우가 많지요. 실은 이태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서유럽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소금과 후추만 충분히 뿌려서 먹습니다. 겨자를 쓰기도 합니다만, 역시 대부분의 경우 소금과 후추로만 먹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유럽에서 초청 받아 식사할 때 일반적인 스테이크가 나온 경우 '소스를 달라'고 요구하면 상대편은 '이 스테이크는 맛이 없어서 그냥은 먹을 수 없는 수준의 고기다'라고 받아들일 수 있으니 조심하여야 합니다. 

<피렌체 티본 스테이크에는 전통적으로 소금 이외의 간은 하지 않는다>

피오렌티나 스테이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두꺼운 소금말고는 그 어떤 소스도 없습니다. 하나 더, 피오렌티나는 굽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반드시 레어(Rare)로 조리해 먹습니다. 속이 빨간 생고기를 그대로 먹게 되죠. 만약 덜 익힌 것이 싫어서 더 익혀 달라고 요구하면, 아마 셰프는 거절할 겁니다. 심지어는 레스토랑에서 쫒겨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사이즈의 스테이크도 없습니다. 작으면 맛이 없으므로 큰 사이즈의 부위를 씁니다. 최소 400~500g 이상의 고기를 주문 해야하니 적어도 두명 이상 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 정도 피오렌티나 스테이크에 대한 피렌체의 셰프들의 자부심은 대단하지요.

<구워져 나온 스테이크를 직원이 테이블 위에서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제공한다. 피렌체 티본 스테이크는 레어(Rare)로 먹는 것이 전통이다>

어떤 피렌체 전통 식당의 피오렌티나 스테이크의 레시피를 보니 이렇게 써 있습니다. 1) 티본의 뼈 부위가 아래로 내려가게 그릴 위에 올려 놓고 15분간 뼈를 통해 열기가 전체 고기에 전달되도록 한다. 2) 한쪽 부위를 5분간 굽는다. 3) 뒤집어서 다른 한쪽을 또 5분간 굽는다. 4) 소금을 뿌리고 10분 정도 레스팅한다. 끝. 즉, 특별한 조리기술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재료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바로 이 피렌체 스타일의 스테이크, 비스테까 알라 피오렌티나입니다

<마블링 기준으로 보았을 때 피렌체 티본 스테이크용 끼아니나 쇠고기는 한우 기준 1등급 판정을 받지 못할 것이다. 과연 우리가 선호하는 마블링이 많은 고기가 좋은 고기일까?>

위 사진의 고기를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품질의 고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피렌체의 끼아니나 쇠고기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쇠고기로 인정 받고 있지만, 이 고기는 우리가 즐기는 1++등급 한우에 훨씬 못미치는 근육내 지방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블링이 적고 붉은 근육 부분이 많지요. 그래도 충분히 부드럽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 사람들이 즐기는 마블링 충만한 고기는 실은 소를 좁은 공간에서 살게 하며 풀이 아닌 곡물 사료를 먹여 근육내 지방량을 인위적으로 끌어 올린 고기입니다. 반면에 EU의 지리적표시 인증을 받은 피렌체 끼아니나 소는 곡물이 아닌 풀을 먹이며 방목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의 기준으로는 절대 1등급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끼아니나 소의 품질이 낮다고 우리가 확정지을 수 있을까요? 근육내 지방 함량이 높은 것이 품질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