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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리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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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CSV는 공존을 위한 성장 - 노운하 파나소닉코리아 대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2.01

[CSV 리더를 만나다]


■ CSV는 공존을 위한 성장
■ 파나소닉코리아 노운하 대표이사
 

 

 


▶ 들어가며


“이익을 공유한다구요? 왜요?”
“그게 그들을 돕는 일입니까? 망치는 일 아닌가요?”
“전 그런 건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쇼맨십이라고 생각해요.”


직설적인 말투, 날카로운 외모. 노운하 파나소닉코리아 대표는 합리적인 원칙주의자 그 자체였다. 그래서 처음엔 속된 말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그런 리더이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숨겨진 인간적 면모가 따뜻한 마음씨가 드러났다. 냉철하고 분석적인 파나소닉코리아 리더는, 그에 맞는 논리적인 방향으로 사회공헌과 공유가치창출을 고민하고 추진하고 있었다.


노운하 대표가 말하는 ‘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의 CSV를 만나보자.


▶ 일문일답


◆ 필자: 평소 CSV와 윤리경영 등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셔서 이런저런 연구회나 포럼에 자주 참석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CSV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노운하 대표이사(이하 노 대표): 파나소닉 설립자가 누구인지 아시나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마쓰시타 고노스케 옹인데요.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기업은 사회의 공기(公器), 즉 공적인 그릇이다”. 기업의 존재 목적 자체가 사회공헌이라는 겁니다. 이익은 사회에 공헌한 만큼 돌려받는 대가고요. 그래서 파나소닉의 경영철학은 공존공영이에요. 함께 잘 살자는 거죠. CSV는 요즘 나온 용어지만, 저는 파나소닉의 공존공영이 CSV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CSV가 뭐냐는 물음에도, ‘공존공영이다’, ‘공존하기 위한 성장이다’라고 대답하고 싶네요.


◆ 필자: 공존하기 위한 성장이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 노 대표: 예를 들어볼게요. 회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고객에게 판매하지 않습니까? 그럼 고객 입장을 생각하면 무조건 싸게 팔아야겠죠! 가격보다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게 고객을 위한 활동이니까요.
그런데 협력업체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협력업체는 납품회사에 뭔가 공급하고자 할 때 이왕이면 조금 더 높은 단가를 받고 싶지 않겠어요? 그 협력사에게 이익을 창출해 주려면 회사가 높은 가격, 좋은 가격으로 사줘야 하는 거죠.
그러면 회사는 서로 상반되는 요구를 받게 되는 거죠. 재료나 물품은 비싸게 사주고 제품은 싸게 팔고. 굉장히 어렵겠죠?


◆ 필자: 그렇겠죠. 보통은 싸게 사와서 비싸게 팔 고민을 하지, 비싸게 사와서 싸게 팔 고민은 안 하니까요. (웃음)


◇ 노 대표: 그래서 이를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요. 협력업체의 원재료를 무조건 비싸게 사올 수는 없지만, 협력업체가 제품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도와준다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지원하면 적정가격에 구매한다 해도 그쪽의 이익이 늘어나잖아요? 그렇게 협력업체의 성장을 바탕으로 회사도 연구개발을 열심히 해서, 고객에게 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결과적으로 이 상반된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이 나올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상생에는 혁신이 필요한 겁니다.


◆ 필자: 상생을 위한 혁신이라… 그렇군요.


◇ 노 대표: 중요한 건 이 상생혁신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협력업체도 또 하위 거래선들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곳과도 우리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상생혁신을 해야죠. 이렇게 상위 회사에서부터 하위 거래선으로 쭉 상생혁신이 이어져야 가치사슬이 건강해지는 겁니다.


◆ 필자: 현실과 정반대인데요? 보통은 상위 회사에서 납품단가 후려치면, 그 밑으로 쭉쭉 칼바람이 이어지던데.


◇ 노 대표: 그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죠. 그렇게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돈 왕창 번 다음에, 조금 사회에 환원한다고 얼마 내놓고 무슨 재단 만들고 그러는데… 전 그건 사회공헌도 공존공영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 필자: 사회공헌은 기부나 봉사활동이 아니라 가치사슬 자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시는 거군요.


◇ 노 대표: 그게 기본이고, 그 외에도 또 있죠.
기업은 법인(法人) 즉 법으로 만든 사람이니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여러 공헌을 해야지요. 전 크게 세 가지로 봐요. 고용창출, 납세 그리고 관계자들의 이익증진. 여기서 관계자들은 주주를 말하는 게 아니고 Stake Holders 즉 이해관계자 전체를 얘기해요. 직원은 당연히 들어가고, 우리와 거래하는 협력업체들, 우리 상품을 판매하는 딜러들, 우리 제품을 사주는 고객들 등등 모두가 포함되죠. 이들 모두의 행복과 이익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예요.
고용창출 많이 하는 것도 당연한 책무고 납세 투명하게 하는 건 뭐 말할 것도 없고요.
이 모든 활동의 바탕엔 우리의 철학인 공존공영이 깔려있는 거고요.


◆ 필자: 이해관계자들 중 직원을 첫손에 꼽으셨는데, 어떻게 그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지 좀 들려주시겠어요?


◇ 노 대표: 무슨 무슨 복지제도가 있다 이런 얘기 말고, 물론 그런 것도 많이 하지만, 이 얘기를 해드리는 게 좋겠네요. 저희 제품은 아주 여러 곳에서 팔려요. 국내 굴지의 유통점에서도 가져가고, 아주 소규모 딜러 분들도 가져가시고요. 그런데 한동안 갑의 횡포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대형 유통점들이 좀 그렇게 한다고.


◆ 필자: 그렇죠. 요즘 시리즈로 사건이 터지고 있죠.


◇ 노 대표: 저는 저희 직원에게 횡포를 부리는 유통점하고는 거래하지 않아도 좋다고 합니다. 말이 안 되잖아요? 우리 물건을 가져가서 판매하고 이익을 남겨서 회사를 경영하는데 우리에게 횡포를 부린다니. 고맙게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 전 협력업체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거든요!.


◆ 필자: 어떤 횡포 말씀인가요?


◇ 노 대표: 예를 들어 판촉행사 같은 걸 한 다음 그 비용을 우리에게 내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괜히 그런 요구를 거절하면 찍히고 진열에서 피해를 입고 매출이 줄고 뭐 그럴 것 같으니까 그냥 끙끙 앓으며 해주는 경우가 많단 말이죠. 저는 그 돈 절대 안 보냅니다. 그러면 그 회사에서 전화가 오거든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그럼 여차저차 해서 당신에 회사 담당자가 이런 횡포를 부리고 있으니,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이 없으면 이걸로 끝이다라고 말합니다. 그럼 그쪽 내부에서 정리가 되고 다시 연락이 와요. 그렇게 합니다. 우리 직원들에게 횡포는 절대 참지 말라고 말해요.


◆ 필자: 근데 그럼 정말로 손해가 없나요?


◇ 노 대표: 그래서 별로 많이 못 팝니다. (웃음) 아니 못 판다기보다는, 아무튼 그렇게 해달라는 대로 다 맞춰주는 곳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매출이 가파르게 오르진 않죠. 그래서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만 팔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상품으로 돈 벌 수 있게 연구하게끔 하죠!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죠. 


◆ 필자: 그래도 괜찮으세요?


◇ 노 대표: 물론 기업은 성장해야죠. 고용창출도 하고 직원들 연봉도 올려줘야 하니까요. 이익 내서 세금도 많이 내고요. 하지만 비즈니스는 단기전이 아니에요. 그렇게 무리하면서 정당치 않은 방법으로 단기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직원은 직원대로 지치고 회사의 건강도 악화됩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들에게 매출 목표나 성장률 목표 같은 거 무리하게 안 줘요. 단기적으로 뭘 하겠다는 거에 매달리는 걸 싫어해요. 단기급성장보다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성장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 필자: 가치사슬에 폭넓게 전파되는 공존공영을 말씀하셨는데, 얼마 전에 동반성장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면서 초과이익공유라는 개념이 한동안 화두였는데요. 그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노 대표: 전 그 개념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해요. 아까도 말씀드렸듯, 사회에 공헌한 대가로 이익을 거둔 건데, 그걸 다시 인위적으로 재분배한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 협력업체들에게 돈을 주라니요. 왜요? 왜 기업이 매출과 관계없는 돈을 받습니까? 협력업체를 돕는 건, 후려치기 안 하고 적정가에 구매해주고, 그들이 더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여러 기술지원을 해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잔뜩 후려쳐서 배고프게 만든 다음에 돈 조금 주자고요? 그건 아니죠. 공존공영으로 가치사슬을 건강하게 만들면 나올 필요도 없는 이야기예요.


◆ 필자: 말씀하시는 게 무척 단호하고 또 논리적이어서, 갑자기 궁금해진 게 있습니다. 파나소닉코리아도 CSR 활동들을 많이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보통 회사와는 조금 그 양상이 다를 것 같거든요?


◇ 노 대표: 다른 곳들도 다 잘하고 계신데… 일단 저희는 그냥 가서 돈만 주고 오는 CSR은 지양하고 있어요. 제가 서울/경기/인천 등에 있는 모자원, 영아원, 노인 및 청소년 시설, 지체아동복지시설등 300여 곳을 다 다녀봤어요. 명절 때나 크리스마스 때 보면 온갖 기업들과 단체들이 와서 뭘 잔뜩 주고 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거기 친구들이 아무 감흥도 못 느껴하더라고요. 그냥 와서 돈 주고 가나 보다 하는 거예요. 이건 그들의 앞날을 생각하지 않는 일이지요.
베트남 가보셨나요? 거기 가면 열 살 안된 애들이 학교 안 가고 관광객들한테 몰려와서 1불만 달라고 졸라요. 그럼 마음 약한 몇 사람이 주거든요? 그렇게 몇 불 몇 십 불 벌어요. 그러니까 거기 부모들이 자식들을 학교에 안 보내고 계속 구걸을 시키는 겁니다. 그거 1불 쥐여 주는 게 진짜로 그 아이들을 위하는 겁니까? 아니죠.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지식을 배워야죠. 1불이 아니라 100불, 1000불을 스스로 벌 수 있게끔 역량을 길러야죠. 그게 진정 그 아이들을 위하는 길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직원들과 함께 우리나라 시설에 있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동기부여도 해주고 꿈도 심어줄 수 있는 그런 방법. 그렇게 고심하다 5년 전부터 저희 디지털 카메라를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몇 명 당 한 대를 같이 사용하라고 기부했더니, 잘 활용되지도 않고 해서 중학생 이상 아이 한 명당 카메라 한 대씩 지급했지요. 원래 100% 자기 소유여야 소중함을 느끼는 법이잖아요? 그리고 좋아하는 걸 줘야 말도 잘 듣잖아요. 나이 들어 자기의 얼굴에 책임지라고 하면서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해요. 저희도 무료 사진강좌를 열어서 지원해줬죠. 그렇게 아이들이 사진을 찍고 자연히 주변을 또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하니까, 뭔가 달라져요. 사진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는 아이들도 물론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잘 찍으려고 노력도 하고 정서함양은 물론 뭔가 깨닫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포토콘테스트도 열어 상도 주어 자부심도 키워주고 발표도 시키고 하면, 참 좋은 사진도 많이 나오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저희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통해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고자 하는 거죠. 돈 말고 꿈을 키워주고 싶거든요.


◆ 필자: 대표님 스타일과 어울리는 CSR 방식인 것 같습니다. (웃음) 그런데 CSR이나 CSV를 열심히 하면 성공하고 영속한다? 꼭 그렇지는 않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 노 대표: 맞습니다. 노키아 같은 굴지의 대기업도 한순간에 쓰러졌지요. 그들이 사회공헌 안 했을까요? 아니죠. 엄청 했겠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면 그렇게 무너지는 거죠. 그건 비즈니스의 현실이에요. 그러니까 막연히 착한 기업이 성공한다, 그렇게 보긴 어렵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부분은 있습니다. 공유가치창출이라는 건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면서 돈도 번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사회적 이슈라는 건 결국 변화로 인해 생긴 사회의 문제를 말하는 거잖아요? 원래 비즈니스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거기 때문에, 사회 문제를 잘 풀어내면 당연히 수익이 발생하게 되어 있습니다. 큰 문제를 해결하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고요. 그래서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그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 기업의 성장과 영속성은 보장된다고 봐야겠죠. CSV를 많이 한다고 기업이 지속가능해지는 건 아니겠지만, CSV를 잘하면 즉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잘 발견하고 좋은 해결책을 제공하는 걸 잘하면 충분히 지속가능해지지 않을까 싶네요.


◆ 필자: 공존공영, 참 인상적인 개념이고 또 그 철학이 회사 내에 잘 자리잡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 철학이 한국의 다른 기업들에도 뿌리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노 대표: 얘기하다 보니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어두운 부분들만 언급을 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저는 전반적으로 우리의 미래가 긍정적이라 생각해요. 예전엔 동반성장, 공정거래 이런 개념들이 아예 없었는데 요즘은 그런 이야기가 활발히 언급되고 토론되고 있고, CEO들의 마인드도 점점 더 열리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자꾸 언급이 되고 고민을 하고 그러면, 갈수록 점점 더 좋아질 일만 남지 않았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서로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며 더욱 좋은 기업문화가 형성되리라 믿습니다.


▶ 덮으며


합리적인 CEO가 추구하는 CSV는 다른 회사들과 또 달랐다. 하지만 공존공영, 가치사슬을 건강하게 만드는 상생혁신, 이해관계자들의 행복 증진 등 정돈되어 있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들을수록 신뢰가 갔다. 파나소닉코리아의 공존공영이 CSV 문화 정착의 새로운 힌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CSV 소사이어티 소개


CSV 소사이어티는 정부/기업/국민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경영학회/동반성장위원회/매일경제가 함께 출범시킨 모임입니다. 한국의 대표기업들과 학자들이 모여 공유가치창출과 동반성장,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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