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CSV 인터뷰>CSV 리더를 만나다.
CSV 리더를 만나다.
* 이 게시물을 공유하기
제목 CSV는 가장 큰 성과로 가는 길 - 문국현 한솔섬유 사장/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2.19
첨부파일 CSV21_문국현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 한솔섬유 사장.pdf (381.08 KB)

[CSV 리더를 만나다]


■ CSV는 가장 큰 성과로 가는 길

■ 문국현 한솔섬유 사장,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

 


 

들어가며

문국현. 그의 이름이 본격적인 유명세를 탄 것은 2007년 대선 시기다. 그의 득표율은 약 5%. 138만 명이 정치 데뷔 2개월 차 신인을 선택한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인기는 신드롬 수준이었다. 당시 문국현의 슬로건, ‘사람이 희망이다’는 그 자체로 수많은 시민들의 희망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문국현이 정의하는 CSV란 무엇일까.

 

“CSV는 근본적인 낭비 제거 모델입니다”
“드러커도 말했죠. 오늘날의 모든 사회적, 지구적 문제들은 숨겨진 사업 기회라고.”

 

문국현은 CSV 경영을 근본적인 형태의 낭비 제거라고 보고 있었다. 비용 절감을 통한 이익 극대화는 모든 기업들의 공통적인 목표다. 문국현의 정의가 맞다면, 기업은 CSV 경영을 해야지만 혁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희망과 혁신을 함께 추구하는 리더, 문국현을 만났다.


대담

필자: 식상하실 수도 있겠지만 유한킴벌리 질문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문국현 한솔섬유 사장, 뉴패러다임인스티튜트 대표(이하 문 대표): 저야말로 유일한 박사의 가르침 없이는 제 경영 철학을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필자: 착한 기업의 대명사, 유한양행의 설립자이자 전 재산을 환원하시고 자녀분들도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으신다는 전설적인 미담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웃음) 어떤 분이시죠?


 

문 대표: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그러나 귀로는 남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알고 머리로는 남의 행복에 대하여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더욱 훌륭한 사람이다.” 유일한 박사가 남긴 말입니다. 유일한 박사께서 유한양행을 창립하신 게 1926년입니다. 백여 년 전에 이미 기업인은 사회, 교육, 국가, 세계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신 겁니다. 1936년에 종업원 지주제를 실시하셨으니 정말 멀리 내다보셨던 분이기도 하고요. 1969년에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하셨죠. 오늘날처럼 경영 투명성의 의미도 있었겠지만, 일제 치하에서 기업이 흔들리지 않고 생존할 수 있었던 근간이 되어준 시스템입니다.


 


필자: 지금도 드문 종업원 지주제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일제 시대에 실현하셨다니, 놀랍습니다.


 

문 대표: 그래서 저도 유한킴벌리에 입사를 결심했던 겁니다. 제 아버지도 사업을 하셨지만, 저는 유일한 박사님의 뜻을 잇는 기업에서 일하고 싶었거든요.


 

필자: 문 대표님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국가적인 캠페인을 하셨죠.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문 대표: 제가 안식년 형태로 잠시 회사를 떠나 있었다가 82년에 귀국했습니다. 당시 호주에 잠깐 있었는데, 자연 친화적인 주거 환경이 너무나 부러웠어요. 새가 와서 앉기도 하고, 공기도 청정하고요. 숲에서 뛰노는 아이들도 좋아 보이고, 도시 미관도 아름다웠죠. 우리나라를 보니까 국토 전체가 아주 민둥산이에요.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농촌, 산림은 소멸 직전이었습니다. 암담했어요. 이걸 어떻게 살려야 하지? 민간에서 이걸 복구시킬 수 있을까? 1년여에 걸쳐 선진국 사례들을 뒤지며 공부했습니다. 자연친화적 도시 환경은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더라고요. 선진국은 시민운동부터 환경친화적이었죠. 호주는 물론 독일, 덴마크, 스위스… 모두 국가 주도적인 프로젝트로 숲을 회복했습니다. 숲은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거였죠.


 

필자: 꼭 필요한 일, 하지만 수익성은 낮은 일. 보통은 국가가 공적 자금으로 해야 할 텐데요.


 

문 대표: 그때만해도 숲 조성은 국가적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도 처음 10년은 벌금을 냈어요. 기업의 본령이 아니라고. 


 

필자: 벌금을 내셨다고요? 상을 줘도 모자랄 일 같은데요.


 

문 대표: 토지를 매입해서 심는 것도 아니고 기업이 국가 땅에 왜 나무 심기를 하느냐, 기업의 설립목적과 무관하다, 해서 44%의 세금을 매겼어요. 벌금이나 다름없죠. 다행히 94년 대통령령으로 관련 사업이 면세가 되었습니다. 비로소 제가 10년 동안 회사에 지고 있었던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죠. 1995년, 제가 사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된 일이기도 했고요.


 

필자: 솔직히 세금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사업이었을 것 같습니다.


 

문 대표: 어려웠죠. 하지만 강력한 설득 논리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실현시키기도 했고요.


 

필자: 세금까지 내야 하는 환경 캠페인. 이것을 창안하시고 25년간 운영하실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요?


 

문 대표: 캠페인을 하면 비용 절감이 되거든요.


 

필자: 캠페인은 비용이 투입되는 CSR 영역이 아닙니까? 그런데 비용 절감이라.(웃음)


 


 

문 대표: 얼핏 보면 이해가 잘 안 되죠. 그래서 반대도 많았습니다. 제가 기획했던 초안이 매출의 1%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묘목을 구입해 삼림청에 기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내에서는 감당 못한다고, 정 하고 싶으면 매출액 말고 영업이익으로 하자고 하더라고요. 안 된다고 했죠. (웃음) 설득에 설득을 거듭했습니다. 결국 매출기여도가 제일 낮은 페이셜 티슈, 크리넥스가 캠페인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재미있는 건, 5억 5천여 만원으로 시작한 기부액수가 제가 나올 쯤에는 150억 원이 되어 있었어요.


 

필자: 와. 크리넥스 매출이 300배가 증대된 거네요?


 

문 대표: 그렇죠. 캠페인이 쉬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당연히 기업은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죠. 비용 항목을 면밀히 검토해서 절감할 것들은 찾아냈습니다.


 

필자: 어떤 것들이었나요?


 

문 대표: 광고비, 홍보비, 판촉비 등이었습니다. 광고선전, 중요하죠. 상품을 알려야 손님들이 살 테니까요. 기업 CI 광고도 해야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할 테고요. 하지만 우리의 Reputation이 이미 높다면, 그런 것에 비용을 들일 이유가 없죠.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는 유한킴벌리가 스스로 자신을 선전해야 하는 처지를 벗어나게 해주었습니다. 더 이상의 부차적인 설명이 필요 없는 ‘유한킴벌리’가 된 겁니다. 소비자 누구나 아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기업이 된 거죠. 엄청난 비용을 절감한 겁니다. 돈만으로는 그런 명성을 쌓을 수도 없고요.


 

필자: 확실히 유한킴벌리라는 이름은 일반 기업과 다르게 다가옵니다. 영리 기업인데, 비영리 단체 같은 이미지랄까요. 유한킴벌리가 아니라고 하면, 아닐 것이다 하는.


 

문 대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은 마케팅 및 홍보 부문의 성과라고 볼 수 있겠죠.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이런 캠페인을 가능하게 만든 경영 철학일 겁니다.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경영이란 개개인과 전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들과 기업의 가치들이 일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시현하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오늘날 모든 사회적, 지구적 문제들은 숨겨진 사업기회라도 봤습니다. CSV 철학과 일맥상통하죠. 저 역시 사회적 이슈는 외부화할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장들이 하천에 폐수를 방류하고 뒷수습은 국가 세금으로 한다면 얼마나 비효율적입니까? 사회 문제는 기업의 주체적인 예방 활동으로 방지하는 게 합리적이죠. 소비자들도 그런 기업을 선택할 거고요.


 

필자: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이미 오늘날의 CSV 철학을 지지하고 있었군요.


 

문 대표: 세계는 시시각각 변화합니다. 비단 시장의 문제만은 아니죠. 버릴 건 버리고 끊임없이 자원을 재분배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것이 구성원들의 평생 학습입니다. 제가 유한킴벌리에 적용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려면 개인과 조직의 힘이 동시에 필요하거든요.


 

필자: 이렇게 질문 드리면 어떨까요. 시기마다 필요한 구성원은 신규 채용하고, 학습이 필요한 구성원은 내보낸다면? 효율적이지 않나요?


 

문 대표: 전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조직은 개인의 집합이고 그들의 성과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영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낭비제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게 인건비 절감의 대명사처럼 되었는데요, 저는 불필요한 통제 역시 절감해야 할 비용이라고 봅니다. 관리자의 일은 구성원들을 성공시키는 것입니다. 그들을 감시하는 게 아니죠. 모든 일은 자발적인 동기가 있을 때 최고의 성과를 냅니다. 억지로 시키면 딱 거기까지만 하는 게 인간이죠. 방어적으로, 수동적으로, 안일하게.


 

필자: 감시하고 통제하지 않으면 그만큼의 성과도 내기 어렵지 않을까요?


 

문 대표: 이렇게 여쭤보죠. 지금의 유한킴벌리는 어떤 이미지인가요?


 

필자: 착한 기업. 그러면서도 업계 1위 기업. 직원 처우도 동종업계 최고수준. 다니고 싶은 회사죠.


 

문 대표: 제가 사장이었을 때는 노사 갈등이 엄청나게 심했던 회사였어요. 머리에 빨간 띠 두른 전형적인 노조원들의 투쟁이 있었죠. 회사 사정이 굉장히 나빴어요. 주주 측에서는 당시 한국 직원 3,000여 명 중 절반을 해고하라고 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래야지만 당장의 채산성이 올라갈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일단 사람 말고 다른 것부터 제거하고 보자고 했어요. 다행히 제 뜻을 받아들여 줬죠.


 

1995년 취임 첫해, 해체한 기계가 20대가 넘어요. 낡은 기계를 버려야 새로운 기술로 새 상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자연히 해체한 라인에서 일하던 구성원들은 새로운 사업장으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물론 그 분들은 힘들었을 겁니다. 후배들에게 새로운 일을 배워야만 했던 분들도 있었을 테죠. 하지만 사람을 해고하지는 않았어요. 골프 회원권 같은 임원들의 복지 혜택도 줄였습니다. 그걸로 임직원 가족들 전체가 고루 이용할 수 있는 콘도를 샀어요. 그리고 3,000명 전부를 3년에 걸쳐 2주간 중국으로 산업 시찰을 보냈습니다. 연수 겸 여행으로요. 그 당시 중국은 돈도 많이 안 들었어요. 기계를 팔아버렸으니 그런 비용은 충당할 수 있었죠.


 

그렇게 3년이 지나니까 그토록 사측에 비협조적이었던 사람들이 슬슬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머리에 두른 빨간 띠를 풀고, 사업장으로 와서 뭔가 스스로 하려고 하더군요. 내가 뭘 배우면 되겠냐, 내가 어떻게 하면 회사가 잘 되겠냐를 물어오는 겁니다. 감동이었죠.


 

2006년의 근무표를 보면 4개의 조가 2교대로 일하고 있습니다. 4일 일하면 4일을 쉬는 형태죠. 쉬는 날에는 시내에 열린 여러 강좌를 수강하며 학습을 했습니다. 교육 과정의 비중은 ERP 활용, 기계 운용 같은 직무 관련이 60%, 영화 감상, 리더십, 홈페이지 제작 같은 교양 관련을 40%로 맞췄습니다. 무조건 직능 중심의 교육을 하면 개인의 학습 의욕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자발적 학습의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1998년, 군포 공장의 1인당 제안 건수는 4.3건에 불과했습니다. 내용도 단순하죠. 새 작업복을 달라, 장갑을 여벌로 지급해줬으면 좋겠다 같은 것들입니다. 2006년에는 1인당 제안 건수가 10.2건까지 올라갔습니다. 제안의 질도 높아졌죠. 기술을 제안한다거나 프로세스를 더 효율적으로 바꾸자는 것들입니다. 직접 실무를 하는 사람들의 제안이니 현실적이고 적용도 빠르죠. 산업재해 같은 사고율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제일 낮은 사업장이 됐어요. 구성원들의 학습 태도가 능동적이니, 시장 대응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기계를 교체해도 노사 분규나 불필요한 태업 없이 조직 전체가 하나가 되어 움직이니까요. 생산성 그래프는 끊임없이 우 상향 곡선을 달렸습니다. 생산성, 매출, 절감한 비용… 모든 KPI로 증명했습니다.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이 진정한 혁신과 성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을요.


 

필자: 낭비 제거 없이는 성장도 없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학습 태도를 고취시켜야 한다. 그것이 불필요한 통제 비용을 없애고 조직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극대화시키는 일이다. 이제야 CSV는 비용 절감이라고 하신 말씀의 함의를 알겠습니다.


 

문 대표: 많은 사람들이 드러커의 경영 철학을 배우려 하면서도, 그가 주창했던 혁신 경영의 핵심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피터 드러커가 강조한 경영 효과성은, 기업가 정신과 조직의 성과가 결합시켜 만들어내는 사회적 영향력입니다. 기업의 성과가 공동선을 향하게 하는 것이죠. 기업가 정신에는 구성원들이 성취 의욕을 고취시키는 리더의 역량이 포함되어 있고요.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먼저 수신제가(修身齊家) 해야 합니다.


 

필자: 경영 효과성이라. 당장의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경영 기조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문 대표: 진정한 경영 효율은 구성원들의 기술과 지식, 이를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주인의식으로부터 나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죠.


 

기업은 조직이고 조직은 구성원들의 성과에 의존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사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CSV가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방증이지요.



 

마치며  

문국현 대표는 CSV 경영을 적용해 근본적인 낭비 제거를 실현하고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유기적인 조직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국민적 지지를 받는 국내 1위 기업이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도 냈다. 그 뒤에는 문 대표가 평생에 걸쳐 보여준 사람에 대한 애정에 있었다. 

“조직은 사회적 기구이자, 구성원들의 성과에 의존한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이미 십 수년 전부터 기업 경쟁력의 뿌리는 사람에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사람만큼 경영자의 관심과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자원도 없기 때문이다.

삶이 그렇듯 경영 역시 끊임없는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가장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에 투자할 것인지, 아니면 당장의 반등을 노릴 것인지는 리더가 가진 철학의 문제다. 그리고 문국현 대표는 지금도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사람이 희망이다.”


*CSV 소사이어티 소개

CSV 소사이어티 사무국
E-mail: csvsocie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