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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리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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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CSV는 행복의 결과물 - 노창준 바텍 네트웍스 회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1.08
첨부파일 CSV20_노창준 바텍 네트웍스 회장.pdf (356.99 KB)

[CSV 리더를 만나다]


■ CSV는 행복의 결과물

■ 노창준 바텍 네트웍스 회장


 



들어가며


치과용 영상장비 분야 세계 1위권,
세계 최초 2D, 3D 동시 촬영 장비 개발,
매출의 약 80%가 수출,
1/4 수준으로 방사선 피폭량을 줄인 X선 개발…


글로벌 덴탈 이미징 전문기업 바텍이 최근 보여준 성과들이다. 올해 8월, 주력사업인 덴탈 이미징 사업 부문에서는 신흥시장 중국과 선진시장 북미에서 동시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성과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것이 바텍의 기업문화다. 순례자의 섬이라고 불리는 일본 시코쿠섬 걷기 여행이나 자녀와 함께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경비 지원 등은 특별한 철학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모 본부장의 아내는 회사 덕분에 일촉즉발이었던 사춘기 아들과의 관계가 회복됐다며, 감사의 글을 보내오기도 했다.


바텍을 포함하여 디지털 엑스레이 시스템/디텍터 전문기업 레이언스, 덴탈용 SW 글로벌 선도기업 이우소프트 등 7개 기업 집단이 바로 바텍 네트웍스다.


이러한 바텍 네트웍스의 기업문화를 직접 구상하고 도입한 노창준 회장, 그가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독특하게도 ‘행복’이었다. 



대담


필자: 원래 바텍은 소규모 산업용 엑스레이 업체였다가, 회장님께서 합류하신 후 치과용 의료 기기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해 극적 성장을 이루었다고 들었습니다. 사업모델이 상당히 급격하게 변한 것 같은데, 그런 결단을 내리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노창준 회장(이하 노 회장): 간단합니다. 세계 1등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세계 1등이 돼야 행복해지니까요.


필자: 세계 1등이어야 행복하다~ 고등학생 때 서울대만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으니 참으라고 하던 담임선생님이 생각나네요.(웃음)


노 회장: 그런가요?(웃음) 작가님도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IMF 외환위기 때의 경험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회사가 무너지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되다 보니 절망 속에 수많은 아버지들이 다리 위에서 또 건물 위에서 몸을 던졌어요. 그분들과 그분 가족들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된 거죠. IMF 외환위기는 모든 국민들에게 크나큰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그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때 깨달았습니다. 회사가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단 하나의 책무가 있다면, 그건 바로 고용안정성이라고요. 직장이 흔들리면 직원들의 삶이 무너지니까요.


필자: 그렇군요. 고용안정성은 그 자체로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지겠네요.


노 회장: 제가 바텍에 처음 온 2001년 당시, 회사는 존립의 기로에 서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고용안정성의 위기가 온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고용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회사가 탄탄해질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IMF의 경험을 되짚어보면, 단순히 덩치 큰 회사가 된다고 해서 안전한 게 아니더라고요. 재벌/대기업들도 맥없이 무너진 곳이 있고, 더 규모는 작지만 버텨낸 회사들도 있어요. 그래서 그 비결이 뭔가 봤더니, 세계 1등 회사라는 거더라고요. 세계 1등 기업은 아수라장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내는 겁니다. 그래서 바텍이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신규사업 발굴에 나섰습니다.


필자: 아... 세계 1등이라는 목표가 성장지향적이라기 보다는, 생존의 문제였던 거네요.


노 회장: 그렇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목표가 정해졌으니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당시 바텍이 가지고 있던 건 산업용 엑스레이 기술이었어요. 이걸로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했죠. 우선 엑스레이 기술이 필요한 업계를 낱낱이 분석했습니다. 의료 쪽에 많이 쓰이더군요. 그렇다면 우리가 1등 할 수 있는 의료 장비 시장은 어딜까? 시장을 살피고 또 살폈습니다. 그렇게 발견한 것이 치과용 의료 장비 시장이었습니다. 임플란트 등 치과시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안전하고 정확한 시술을 위한 진단장비가 많이 부족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이 시장은 파이 크기가 애매해서인지 글로벌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었고요. 이거다! 여기라면 우리가 1등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그 시장에 올인했습니다.


필자: 산업용 엑스레이에서 치과 진단장비라~ 언뜻 듣기엔 더 작은 시장으로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인데요?


노 회장: 그렇습니다. 세계 1등이 되려면 시장을 쪼개고 쪼개서 작고 구체적인 시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스키를 좋아해서 스키 장비 회사를 창업한 사람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 사람 세계 1등 될 수 있을까요? 안 됩니다. 신인이 세계 1등 하기에 너무 큰 시장이거든요. 그러면 쪼개야 합니다. 많고 많은 스키 장비 중 헬멧이면 헬멧, 장갑이면 장갑, 하나만 들이파야 하는 거죠.


필자: 그런데 그렇게 너무 작은 시장으로 들어가면 나중에 올릴 수 있는 매출이 제한적이지 않을까요?


노 회장: 아닙니다. 아무리 작은 분야라 하더라도 세계 1등을 하면 시장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고객의 신뢰가 생깁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상 못한 범위로 고객층이 확대되게 되죠. 브랜드가 세계 1등이니까 다른 제품을 내도 신뢰가 가거든요.


필자: 좁혔더니 오히려 넓어지네요. 신기한 역설이군요.


노 회장: 그런데 사실 그 당시 저의 선택이 지금 설명한 것처럼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내린 건 아니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어떻게 하면 고용안정성을 확보해서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 고민 끝에 나온 거였습니다. 그 선택이 운 좋게 맞아떨어졌고 직원들도 무척 열심히 해줘서, 일단 국내 1등을 달성했고 세계 1등도 가시권에 접어들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필자: 꿈이 이루어져서 행복하셨겠어요.


노 회장: 아니요, 이제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고용안정성만 이루어지면, 월급만 많이 주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좋긴 한데 그래도 여전히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하는 직원들이 많더라고요.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고, 낯빛이 어둡고. 그래서 대체 어떤 일들이 우리 직원들을 괴롭히고 행복을 방해하나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놈들을 없애버리면 이제 진짜 다들 행복해질 것 같아서요.


필자: 아! 그래서 지금의 복지 제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나보군요? 사춘기 자녀와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경비 지원이라든지, 일본 시코쿠섬 순례길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요.

노 회장: 이런 직원이 있었습니다. 아들이 사춘기인데 갈등이 너무 심한 거예요. 말도 안 하고 아는 체도 잘 안 하고. 부자관계가 그러면 얼마나 괴롭겠어요? 이 직원도 노력했겠죠. 통닭 사 들고 가서 아들아 대화 좀 해보자 이러기도 하고 별것 다 해봤지만 안 되더래요. 그 얘기를 듣고 산티아고 순례길 지원 프로그램을 만든 겁니다. 아들하고 둘이 다녀오라고요. 이런 문제는 대화로만 풀 수 있으니까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준 거죠. 저 낯선 땅에 가서 둘이 하루 종일 걷다 보면, 대화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잖아요. 물도 나눠 마시고, 쉴 곳도 정하고, 저녁 메뉴도 같이 고르고, 그리고 같이 자고요... 그러다 보면 속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오면서 관계가 회복되는 거죠. 그래서 그 직원이 다녀오고 큰 효과를 봤고, 뒤이어 다른 직원들도 자녀들과 다녀오면서 위기를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회복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면 안 되니까 전문 상담 프로그램도 함께 지원해주고 있고요.


필자: 회사가 가정문제까지 해결해주려는 건가요?


노 회장: 가정문제가 회사일과 떨어지지가 않거든요. 회사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전화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통화 내용 들어보면 다 가정사예요. 가정일 때문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거죠. 그럼 그렇게 무거워진 마음으로 일하는데 생산성이 오르겠습니까? 그럴 리가요. 그러니 가정문제까지 해결해주고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해줘야죠.


필자: 시코쿠섬 순례도 비슷한 이유로 시작하신 건가요?


노 회장: 그건 그 다음 단계를 위해 마련한 제도입니다. 직장이 안정되고 가정불화가 종식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행복하지 않은 직원들이 있었거든요. 행복이란 결국 스스로 안정된 가치관과 뚜렷한 삶의 방향성,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져야 얻을 수 있어요. 그래서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과 만나 대화하고 고민하고 철학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마련하기로 한 거죠. 희망자를 받아서 정기적으로 순례를 떠나고 있는데, 가보면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모습으로 참회를 해요. 낯선 길 위를 하염없이 걸으며 자기자신에게 집중하니까, 몸과 마음이 청소되는 거죠.


필자: 사내 어린이집을 만드신 것도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서겠네요? 들어보니 어린이집 교사들도 모두 정규직이라고 하던데요.


노 회장: 정규직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우리 어린이집은 교사 한 명이 맡은 영유아 수가 다른 어린이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습니다. 만 0세 아이는 선생님 1명이 아이 2명을 보는 수준이죠. 한 선생님이 수십 명의 아이를 돌본다? 절대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교육도 아니고 돌봄도 아니에요. 그래서 우리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가장 행복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겁니다. 환경도 제도도 시스템도 다 최고여야 해요. 그래야 직원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으니까요.


필자: 회사의 비전, 복지, 목표… 모두가 행복이라는 철학에서 나오고 있군요.


노 회장: 어차피 삶은 유한합니다. 기왕 살아야 하는 인생, 행복하고 싶은 건 당연한 이치죠. 문제는 어떻게 행복해지느냐인데, 그걸 저희 바텍은 고용안정성과 가정의 행복 그리고 온전히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실행하고 있는 중인 겁니다.


필자: 급질문인데, 혹시 직원들이 칼퇴근할 수 있나요?(웃음)


노 회장: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시 퇴근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일정한 시간을 보내지 못 하면서 가정이 화목해질 수는 없으니까요.


필자: 그렇군요. 또 다른 제도들은 뭐가 있나요? 행복을 위한.


노 회장: 직원들과 함께 지역사회 독거노인들을 돕기도 하고, 바자회도 열고, 전 직원이 월급 끝전을 모아 기부하는 등의 CSR을 하고 있습니다.


필자: 그건 남을 돕는 일인데, 그게 직원 행복과 관련이 있나요?


노 회장: 행복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산다고 생겨나지 않으니까요. 진정한 행복은 교류하고 나누는 데서 비롯되지 않을까요? 남을 도우면 우리의 내면이 채워집니다. 저희 직원들 중에는 봉사활동 때 자녀들을 함께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활동을 가족들이 공유하면 같은 경험과 공감대가 생기고, 유대가 더 깊어지겠죠. 그런 여러 효과들이 결국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필자: 바텍의 CSV는, 결국 '직원들의 행복 추구'라고 결론 내릴 수 있겠군요.
 

노 회장: CSV라는 게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선한 목적을 가지고 경영성과를 추구하는 거잖아요? 특별히 사회공헌적인 사업을 하는 것도 CSV가 될 수 있겠죠. 저희도 환자가 CT 촬영을 할 때 방사선을 훨씬 적게 받아서 건강을 지키는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하고, 입속을 촬영할 때 덜 아프게 찍을 수 있는 휘어지는 X선 영상센서를 개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고민을 합니다. 행복 추구라는 바텍의 경영철학은, 내부 직원만이 아니라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바텍 연구소 입구에는 ‘우리는 기술로 나눔을 실천한다’는 표어가 새겨져 있습니다. 내가 흘린 땀 한 방울이 누군가의 눈물 한 방울을 대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 것이죠. 직원들이 행복해지는 근무환경에서, 행복한 직원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연구개발을 하고, 그 결과 환자들은 덜 고통스럽게 치료받아 치아건강을 회복하며, 이로 인해 글로벌 1등이 되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 이러한 전체적인 비전을 가지고 직원 모두가 보람차게 일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경영이자 진짜 CSV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인터뷰가 끝나고 노창준 회장이 자리를 뜨자, 워킹맘인 홍보팀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주변 지인들 모두 자신을 부러워한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회사에 고마워하는 것은 정시퇴근 문화, 학자금 지원 같은 물질적인 혜택만은 아니었다. 노 회장은 진학을 앞둔 직원 자녀들에게 선물과 함께 직접 편지를 써 보낸다고 했다. 직원들의 행복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에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는 경영자와 경영철학이 그녀가 자신의 회사를 자랑스러워하는 근본적인 이유였다.


‘삶은 유한하다. 그러니 기왕이면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행복해지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는 말들이 마치 간증처럼 퍼져나가는 세태 속에서, 기업가인 노창준 회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직원들의 안정된 일터를 위해 세계 1등 기업이 되고 싶다는 노 회장의 신념 속에는,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노 회장이 보여준 사람중심 경영철학이야말로 우리가 고민하는 CSV의 본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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