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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리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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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CSV는 기업가정신에서 출발 -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5.15
첨부파일 CSV18_김해련 송원그룹 회장.pdf (339.01 KB)
[CSV 리더를 만나다]

■ CSV는 기업가정신에서 출발

■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





들어가며

"어? 상당히 큰 회사네?"

인터뷰 준비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던 동료가 놀라며 말했다. 합금철, 탄산가스, 전구 생산 등 제조업을 하는 송원그룹은 필자를 비롯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다소 낯선 곳이었는데, 알고 보니 매출 규모가 연 5천억 원이나 되는 중견기업이었던 것이다.

"와~ 정말 특별한 회사구나..."

인터뷰를 위해 회사를 방문했을 때 또 한 번 놀랐다. 도저히 그 정도 매출을 올리고 있는 회사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사옥이 검소하고 소박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소리 없이 강한 송원그룹에는 그럴 만한 비밀이 있었다. 선대 창업자 故 김영환 회장에 이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해련 회장을 만나, 송원그룹의 겸손하고 반듯한 경영철학을 들어보았다.


대담

"CSV요? 그건 그냥 기업가정신만으로 다 얘기가 되지 않나요?"

김해련 회장은 건강한 기업가정신으로 설립된 기업이 초심을 지키며 바르고 반듯하게 사업을 해나가면, 별도의 어떤 부대 사업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된다고 강조했다. 편법과 탈법으로 사업을 하면서 일부 돈으로 좋은 일(또는 사업)을 하는 것보다, 기본 사업의 내용과 방향 자체가 반듯한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요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원래부터 기업은 사회 문제 해결의 주체였어요. 더 환경친화적인 제품, 더 성능이 좋은 제품을 내놓는 것 자체가 엄청난 사회기여 아닌가요? 수많은 사람들에게 안전과 편리를 제공하는 거잖아요. 대부분의 기업은 '우리가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가 사람들의 삶을 유익하고 행복하게 할 것이다'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사업을 해요. 그래서 건강한 기업가정신은 그 자체로 사회공헌이고 기여인 거죠."

가난을 해결하겠다, 환경오염을 해결하겠다 등의 문제 의식으로 출발한 사업만 사회공헌이 아니고, 모든 사업은 곧 사회공헌이라는 이야기였다. 이어지는 이야기도 신선했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좋은 기업 하면 떠올리는 ㅇㅇㅇㅇ 보다, 삼성전자가 훨씬 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해요. ㅇㅇㅇㅇ은 착하고 반듯하게 사업을 했지만 성장이 정체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임팩트를 주지 못 하고 있잖아요? 반면 삼성전자는 일부 불미스러운 잘못으로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크게 키워서 전 세계의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제품으로 편리와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요. 끼치는 임팩트가 비교가 안 되는 거죠. 앞서도 말씀드렸듯 모든 기업은 다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 태어났어요. 그러니 열심히 성장해서 점점 더 널리 더 크게 임팩트를 끼치는 걸 목표로 해야죠."

기업마다 공과 과가 있지만 과보다 훨씬 더 큰 공을 끼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기업가 선배들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기치로 회사를 시작했어요. 사업을 통해 국가에 이바지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죠. 자동차 기술이 없던 나라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회사가 나온다는 건 기업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일자리 창출로 인한 경제 활성화는 물론, 자동차 산업에서 파생되는 다른 핵심기술도 아주 많고요. 기업의 혁신은 곧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는 거지요.”

김해련 회장이 언급한 자동차 산업은 여러 유명한 일화를 남기며 전후 대한민국의 재건에 힘쓴 1세대 기업인들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으로 대표되는 당시 기업인들의 통찰과 결단은 오늘날의 대한민국 건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해련 회장이 이러한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공존, 공영, 공익이라는 송원의 기업 이념이 있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2세 경영자예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주식을 물려받았죠. 가끔 딸이 옷을 사달라고 하는데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얘, 엄마가 국세청 최고 빚쟁이인 거 모르니? 그냥 있는 거 입으렴.' 주식은 자산이라 함부로 현금화시킬 수 없는데 세금은 현금으로 내야 하니까, 그렇게 됐어요. 그래서 일부 2세들 중에는 그냥 회사를 파는 사람들도 많아요. 지분 팔아서 상속세 내고 남은 돈으로 빌딩 사고 여행 다니고 골프 치고 하며 그냥 편하게 사는 거죠. 사업하느라 머리 안 아파도 되고 얼마나 좋아요?"

김해련 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2세 경영자들의 입장에서 보니 맞는 이야기였다. 왜 편한 길을 가지 않고 골치 아픈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느냐고 되물었다. 

“전 송원그룹에 바로 입사하지 않았어요. 29살에 스스로 창업해서 사업을 시작했죠. 제가 설립해서 연 매출 800억 원 규모로 성장시켜 보기도 했고, 단돈 수백만 원을 벌기 위해 영업을 해보기도 했어요. 제가 이러한 경영자의 삶을 선택한 건 기업가정신을 실천하고 사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의미있는 삶이라고 믿기 때문이에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공존, 공영, 공익이라는 기업 이념으로 기업을 통한 사회적 기여를 실천한 선대 김영환 회장의 경영 철학으로 이어졌다.

“아버지야말로 지금 말씀하시는 CSV, 아니 그 이상의 철학으로 기업을 하신 분이에요. 장학사업 때문에 기업을 운영하실 정도였으니까요.”

고학생으로 어렵게 공부를 마치고 사회에 나온 김영환 회장은 창업 3년 후인 1977년에 회사가 손익분기점을 넘기자 가장 먼저 사내 장학금 제도를 도입했다. 임직원 자녀들에게 중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학비를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서 1983년에는 송원김영환장학재단을 설립해 더 많은 고학생들의 학비를 지급해왔다. 절대 허튼 돈을 쓰지 않으며 평생 검소한 삶을 산 김영환 회장은 재단을 통해 35년간 600여 명의 학생들에게 70억 가까운 장학금을 지급하며 사회 곳곳에 새 희망을 심어온 것이다. 규모에 비해 사옥이 소박했던 건 그런 김 회장의 유지가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김영환 회장은 IMF 시절 단 한 명의 구조조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창업 40여 년 동안 노사분규가 전혀 일어나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공존, 공영, 공익이라는 송원의 경영철학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 기업경영에 깊이 녹아있었고, 구성원들 또한 이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제게 물려주신 진짜 유산은 기업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그런 기업가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송원그룹은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조 원, 신사업 매출 3천억 원, 상장기업 5개, 시장 선도 제품 7개라는 목표를 함축한 ‘새로운 성공 도약 1.3.5.7’이라는 비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안정적인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는 신경영 비전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생존을 넘어서 성장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기존 사업도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어떤 사업이든 뜰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오기 마련이라며 그 전에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지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한 위기이자 기회를 미리 내다보고 도전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이라고도 강조했다. 신사업 분야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건 누구에게나 두렵고 떨리는 일이지만 이를 극복해나가는 것이 기업가의 역량일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저희 송원은 전통적으로 합급철이나 삭회, 전구 부품, 소재 산업 쪽에서 커 온 기업이에요. 신경영을 주창하면서부터 신성장 동력으로 화장품 원자재 쪽에 주목했고, 최근에는 천연 자외선차단제 원료를 개발하는데 성공했어요. 지금까지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들은 천연 자외선차단제 원료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어요. 이런 현실에서 국내 기술이 나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인데, 얼굴이 하얗게 뜨는 백탁 현상도 훨씬 덜하고 가격도 최대 40%나 저렴해요. 혁신이죠.”

원가절감과 기능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송원의 기술혁신은 국내 화장품의 경쟁력 고양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기업가정신이 국가 발전을 이끈다는 김해련 회장의 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송원의 신경영을 이끌고 있는 김해련 회장은 선대의 가치를 계승해 발전시켜 나가고 있었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것은 주식이 아니라 기업가정신이라는 김해련 회장의 말에 더욱 힘이 실리는 대목이었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 더 잘하게 되고 못한다 못한다 하면 더 못하게 되는 게 사람이에요. 국민들이 비판하고 비난하니까 일부 기업에서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고 싶네 어쩌네 하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데, 우리 국민들이 건강한 기업가정신에 대해 인정해주고 응원해주시면 기업인들도 더 열심히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할 거예요. 힘내서 열심히 사업하고, 혁신도 하고, 좋은 일자리도 만들고, 그래서 기업에서 일하는 국민들도 부유하고 행복해지고... 이런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게 모두가 힘을 합치면 좋겠습니다."

김해련 회장은 기업들의 대변인처럼, 하지만 이익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공존 공영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마음으로, 바람을 전해왔다. 어렵지 않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치며

사회공헌, 동반성장, CSV... 용어는 다르지만 뜻하는 바는 비슷하다. 기업가정신의 회복은 이러한 경영전략들이 추구하는 기업과 사회의 상생을 실현할 기본적인 토대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들에게 특별한 CSV 사업을 촉구할 것이 아니라 건강한 기업가정신을 지키며 신나게 즐겁게 사업할 것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다시 송원그룹 사옥을 바라보았다. 처음 봤을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송원그룹의 소박한 사옥 외관은 자신에겐 박하고 남에겐 후했던 선대 회장의 철학을 묵묵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문화는 2020년 매출액 1조 달성이라는 송원그룹의 목표가 이루어지더라도 전통이 되어 이어져 나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해련 회장과 송원그룹이 일으킬 더 큰 임팩트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