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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V 리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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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CSV는 동반성장 -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3.10

[CSV 리더를 만나다]

■ CSV는 동반성장
■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 들어가며

"끝없는 탐욕 때문에 자본주의가 병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CSV죠. 맹목적인 이윤추구에서 벗어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며 이윤을 창출하자는 겁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주목하는 사회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불평등입니다. 그 불평등 관계가 건강하게 바뀌면 함께 잘 살 수 있거든요.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시켜 모든 기업들이 성장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저희의 CSV입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2010년 12월에 설립되었다. 초대 위원장은 정운찬 전 총리였는데, 초과이익공유제라는 색다른 화두로 큰 이슈를 일으킨 바 있다. 그리고 2대 유장희 위원장을 거쳐 2014년 8월 1일 학계와 산업현장에서 두루 활약한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가 3대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안충영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산업계 전반에 동반성장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공유가치와 동반성장에 대해 들어보았다.


▶ 일문일답


◆ 필자: 먼저 유치한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CSV란 무엇입니까? 이제 CSV 개념을 물어볼 때는 지났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긴 하지만, 그래도 위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CSV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서요. (웃음)


◇ 안충영 위원장(이하 안 위원장):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탐욕적 자본주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었죠. 1대 99라는 말도 그때 나왔고. 자본주의가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다 보니 자정기능을 상실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키워가는 그런 폐해가 나타난 겁니다.
물론 이런 사회문제에 대해 기업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개념도 20여 년 전부터 있었고요. 하지만 CSR이라는 건 일종의 기부 즉 일방적이고 일회적인 이벤트이기 때문에 영속성이 없고 실효성도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2011년에 마이클 포터 교수가 사회문제를 일회적인 기부가 아니라 영속적인 비즈니스로 해결하자는 진일보한 개념으로 CSV를 내놓은 거죠.
CSV의 중요한 의미는 이런 겁니다. 과거엔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는 정부였고 다만 기업들은 CSR을 통해 조금씩 돕는 역할이었는데, CSV는 기업들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 세운 것이죠. 기업은 정부보다 더 효율적이고 빠른 조직이기 때문에 보다 창조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이윤도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겁니다.


◆ 필자: 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다... 그 문제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일까요?


◇ 안 위원장: 우선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 비경제에 해당되는 것들은 다 포함되겠죠. 공장폐수를 몰래 버려서 물을 더럽히는 것, 공기를 오염시키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 등으로 사회 전체가 피해를 보니까요. 또는 아직도 정복하지 못한 희귀병이라든지, 치료제는 있는데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들이라든지, 아니면 빈곤으로 인해 고생하는 노인들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모두 다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죠. 찾아보면 엄청나게 많은 사회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잘 해결할 수 있는 기업들이 있고요. 그게 매칭만 잘되면 아주 많은 사회문제들이 효율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거죠.


◆ 필자: 그럼 동반성장위원회가 주목하고 해결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사회문제는 무엇인가요? 그게 동반성장위원회의 CSV이자 미션이 될 것 같은데요.


◇ 안 위원장: 우리의 역할은 명확합니다. 법으로 명시되어 있어요. 상생법 20조 2항에 따라 '민간부문의 합의를 도출하고 동반성장 문화를 조성 및 확산하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대한민국은 압축성장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대기업을 양성해줬습니다. 상호지급보증, 상호출자 허용으로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게 도운 거죠. 그래서 엄청나게 사업다각화를 한 한국형 재벌대기업이 탄생했습니다. 이를 두고 한 외국 경제지에서 '한국의 재벌들은 포테이토칩부터 마이크로칩까지 만든다'라고 살짝 비꼬기도 했지만, 아무튼 재벌대기업들의 활약으로 빠른 성장을 이루어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특혜를 받고 성장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과의 협력관계에서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를 보인 겁니다. 소위 말하는 납품가 후려치기라든지 불평등 계약 등을 자행해서 중소기업을 힘들게 한 것이죠. 특혜를 받았으니 그 열매를 사회 전체와 나눠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커지게 된 거죠.


◆ 필자: 그럼 그 격차를 줄이는 것이 당면과제인 건가요?


◇ 안 위원장: 맞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대기업을 눌러서 맞추는 게 아니고, 중소기업을 끌어올려서 맞춰야 한다는 겁니다.
우선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에게 타당한 이익을 확보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면 중소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매진해 기술력을 키울 수 있게 되고, 더 좋은 부품을 공급해서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주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니까요. 이렇게 공정하고 발전적인 계약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시작이죠.
그리고 중소기업들의 사업영역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기업들이 모든 분야에 뛰어들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데, 이는 사회 전체로 봐도 엄청난 손해입니다. 효율적이지도 않고요. 그래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영역을 구분해주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게 하는 게 좋습니다.


◆ 필자: 그와 관련된 구체적인 활동이 있나요?


◇ 안 위원장: 우리는 매년 동반성장지수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동반성장지수 평가에는 협력기업과 공정하고 평등한 계약을 맺고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들어가고,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좋은 여건들 예를 들어 글로벌 네트워크라든지 유통망 또는 최신 외국 정보 등을 협력기업에 제공해 윈윈 시너지를 창출했는지 등도 다양하게 고려됩니다.
그리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동네 빵집 문제가 이슈였는데, 이번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재지정되어 5년 더 현행대로 유지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해 건강한 산업생태계가 이루어질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 필자: 굉장히 힘이 센 조직이네요? (웃음)


◇ 안 위원장: 아!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저희는 규제기관이 아니고 민간협의체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하는 일들도 규제가 아니고 권고입니다. 동반성장지수를 측정해 발표하고 있지만 이 점수가 낮다고 어떤 불이익을 주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그럴 수도 없고요. 다만 이 지수의 측정으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더 좋은 파트너십을 형성해갈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죠.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강제적으로 적용시키는 게 아니라, 해당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협의를 거쳐 결론을 내리게 하는 겁니다. 모두에게 가장 크게 도움이 되는 방향을 함께 찾고 그대로 따르는 일종의 신사협정 같은 거죠. 규제는 아닙니다.
우리는 기업의 발목을 잡거나 일하기 힘들게 만드는 조직이 아니고, 서로 상생하며 사업을 더 잘 해나갈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힘이 센 조직이 아니고, 열심히 돕는 조직이죠.


◆ 필자: 그렇군요. 어떻습니까? 이렇게 노력을 기울인 보람이랄까요? 산업계에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 안 위원장: 가시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동반성장 문화가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인데요, 단적인 예로 현재 대기업 사내에 동반성장을 수행하는 전담부서를 갖춘 대기업의 숫자가 87개입니다. 아시겠지만 기업에서 전담부서를 신설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닙니다. 관련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예산도 투입하고, 회사 전반에 동반성장 문화를 뿌리내리려 한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그 동안 이루어져왔던 경영활동들도 동반성장의 틀 안에서 재검토되고요. 동반성장을 시대적 요구이자 새로운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추진하는 곳들이 이렇게 늘어난다는 것은, 저희가 노력해온 동반성장 문화의 확산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업생태계도 함께 건강해지겠지요.


◆ 필자: 외국은 어떤가요? 이런 동반성장 문화가 더 잘 이루어져 있나요?


◇ 안 위원장: 보통 독일이나 일본을 동반성장의 모범사례로 뽑곤 합니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독일에 하이델베르그 인쇄기라고, 창업 120년을 넘겼고 전 세계 인쇄기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기업이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인쇄기는 8,000개 이상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3,000개 정도를 협력중소기업으로부터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상적인 건 그 부품 중 1,000개를 100년 넘게 같은 협력사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는 겁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100년간 유지된 파트너십이라니요. 그 동안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을 텐데요. 예를 들어 하이델베르그 인쇄기도 항상 장사가 잘되진 않았을 거고, 때로는 협력기업이 자금난에 빠지기도 했을 거고, 아니면 반대로 장사가 너무 잘되어서 독립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드는 때도 있었을 거고... 아무튼 별의별 위기가 다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상황을 서로 돕고 배려하며 잘 극복해서 지금까지 신의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거야말로 저희가 추구하고 있는 동반성장 문화의 완성형 같은 모델이라 할 수 있겠죠.


◆ 필자: 멋진 사례네요. 독일이나 일본은 어떻게 그렇게 성숙했을까요? 사람들이 착해서 그런가요? (웃음)


◇ 안 위원장: 그렇다기 보다는, 성장과정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일본의 경우 거슬러 올라가면 명치유신부터 근대화가 이루어져서 오랜 기간에 걸쳐 경제성장을 이루었잖아요? 독일은 더 오래 전부터 시작했고. 그러니 성장과 성숙을 거칠 시간이 충분했죠. 반면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을 했기 때문에 덩치는 빨리 컸는데 정신적 철학적 성숙을 할 시간이 다소 부족했을 거고요. 그래서 이제 찬찬히 성숙을 이루어가는 과정이지 않나 싶습니다.


◆ 필자: 동반성장위원회 활동들에 대한 기업들 반응은 어떤가요? 그 동안 마음대로 하다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면 아무래도 좀 귀찮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안 위원장: 글쎄요. 저는 동반성장이 중소기업만을 위한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과거엔 한 기업이 혼자 잘하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초경쟁시대이기 때문에 이제는 개별기업간의 경쟁이 아니고 기업네트워크간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상황이거든요. 함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기업들이 강해야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거죠. 즉 자신이 소속된 기업네트워크 전체가 건강하고 강력해지지 않으면 결국 어떤 기업도 살아남을 수 없어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동반성장은 형편 좋은 대기업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는 시혜활동이 아니고, 이 극심한 경쟁시대에서 함께 살아남기 위한 또 번영하기 위한 필수적이자 전략적인 결단입니다. 안 하는 게 이상한 거예요.


◆ 필자: 마지막으로 위원장으로 계시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게 있을까요?


◇ 안 위원장: 요즘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요구되는 게 소통이잖아요? 우리가 하는 일도 기업과 기업이 서로 모여서 툭 터놓고 소통하게끔 하는 거고요. 그렇게 하면서 상생발전하는 방향을 당사자들이 주도적으로 찾아가는 건데, 이게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효과도 크고요. 그래서 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이런 소통의 문화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고요, 이렇게 시작된 분위기가 사회 전분야로 확산되어서 여러 갈등과 상처가 치유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소통할수록 더 좋아지지 않겠어요?


▶ 덮으며

인터뷰를 마치고 전달받은 참고자료 중에 눈길을 끄는 내용이 있었다. 2015년 6월 IMF에서 발표한 <소득 불균형의 원인 및 결과>라는 보고서를 소개한 것이었는데, 그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12년까지 159개 국가를 분석해보니, 상위 20%의 소득이 1% 증가하면 이후 5년간 경제성장이 연평균 0.03%씩 감소하는 반면, 하위 20%의 소득이 1% 증가하면 같은 기간 경제성장이 0.38%씩 증가했다고 한다. 즉, 전통적으로 믿어왔던 낙수효과는 그 성과가 의문시 되고, 동반성장을 하려면 저소득층에 자원을 집중투입해 함께 잘사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환경을 만들고, 그로 인해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그 탄력으로 다시 대기업이 강해지는 선순환고리를 만들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의 노력이, 우리사회와 경제를 얼마나 건강하게 만들어줄지 기대된다.


▶ CSV 소사이어티 소개


CSV 소사이어티는 정부/기업/국민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동시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경영학회/동반성장위원회/매일경제가 함께 출범시킨 모임입니다. 한국의 대표기업들과 학자들이 모여 공유가치창출과 동반성장,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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